안녕하세요. 안데스입니다.
오늘 오전 트위치 블로그 공지와 트위치 CEO의 라이브 방송을 통해
2024년 상반기 트위치가 한국에서 완전히 철수한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내년 2월 27일 이후 한국에서는 시청자와 스트리머 모두 구독, 광고, 비트 등
트위치에서 제공하는 유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으며, 한국 IP 제한 가능성까지 언급했습니다.
720p 화질 제한, VOD 생성 및 시청 제한, P2P 시스템 테스트 등을 시험하면서
국내 서비스 축소 및 변동을 여러 차례 진행해오던 트위치였지만
결국 한국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한다는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는 예상하기 어려웠는데요,
라이브 방송에서 CEO는
"시장 철수의 원인은 타국 대비 10배 높은 망 사용료이며, 서드 파티 프로그램은 사업 악화 및 중단의 원인이 아니다"
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관련 업계에서 일했던 제 입장에서는 다소 의문스러운 부분도 있어서,
제 경험을 바탕으로 트위치의 한국 사업 철수 원인과 앞으로의 전망을 적어보겠습니다.
1. 망 사용료 때문에 수익이 안 나온다?
한국의 망 사용료에 대한 자료는 발표하는 곳마다 제각각입니다.
CloudFlare에서는 2016년 이후 한국의 망 사용료가 타국 대비 15배까지 비싸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었고,
지난해 트위치 720p 논란 당시 스트리머 및 유저들이 찾은 자료에서는 최소 3배 ~ 최대 8배 정도로 적혀 있었습니다.
일단 '타국보다 비싼 것은 맞고, 10배까지 비싼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로 정리하겠습니다.
그리고 망 사용료가 비싸다고 하더라도,
국내에는 이미 그 망 사용료를 지불하면서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는 아프리카TV 등의 경쟁 플랫폼이 있고
네이버는 아예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신규 오픈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애초부터 한국 트위치의 수익성이 악화된 것이 철수의 결정적인 원인이었다고 봅니다.
아프리카TV의 운영에 불만을 품고 트위치로 스트리머들이 대거 이적했을 당시에도
주요 스트리머와 월급 계약을 맺는 등 상당한 지출이 있었구요.
트위치 VOD 제한 당시, 트위치 국내 서비스 축소의 원인으로 추측되던 것 중 하나가
정보통신망법 개정으로 인한 영상 필터링, 검열의 의무화에 대한 부담이었는데요,
당시 유출된 보고서 비밀정보에 따르면
한국 트위치의 일 평균 이용자는 약 68만 8천명에 달하나, 연평균 매출액이 고작 18억원에 불과하다고 나와 있습니다.
아프리카TV의 2021년 매출액 약 2,722억의 1%도 되지 않아서 이 자료가 사실인가 의심될 정도인데,
연간 500억원에 달하는 망 사용료를 부담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매출이었음은 분명했던 것 같습니다.
트위치 720p 사태를 계기로 망 사용료 지불에 대한 반발 여론도 많았고,
유튜브 코리아에서 공식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며 서명운동을 유도하기도 했지만
이미 코로나19 봉쇄로 인한 영상 서비스 트래픽의 폭증으로 일시적인 화질 제한 조치를 적용했던 유럽에서는
결국 올해 6월 대규모 트래픽 발생기업의 망 사용료 부담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습니다.
미국, 일본 등 타 국가에서도 서비스 기업들이 자율 합의, 또는 법정 소송의 결과로 망 사용료를 지불하는 경우가 있구요.
국내 통신사들이 통신비 대비 부족한 서비스, 단통법 이슈 등으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지만
이번 트위치 한국 서비스 철수는 망 사용료를 받는 통신사보다 그만큼의 수익을 못 낸 트위치 측의 책임이 커 보입니다.
2. 서드파티는 정말 영향이 없었을까?
제가 내린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주 원인은 아니지만, 영향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입니다.
트위치가 자체적으로 도입했던 도네이션 시스템 '비트' 는
스트리머가 비트를 환전할 때 내는 수수료가 없는 대신, 유저의 구매 수수료가 매우 높았습니다.
패키지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50% 이상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고,
기능도 서드파티 도네이션에 비해 부족하다보니 많은 유저들이 기피했습니다.
아프리카TV의 별풍선은 환전 수수료 20~40%,
유튜브 슈퍼챗은 개인차가 있지만 대략 30% 수준의 수수료를 받아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적어도 20% 이상을 플랫폼이 가져가야 플랫폼이 수익성을 가질 수 있다고 추정해볼 수 있겠는데요,
트위치에서 주로 사용되는 트윕, 투네이션 등의 서드파티 도네이션은
해당 서드파티가 일부 수수료를 가져가고, 결제 수수료와 VAT만 유저가 부담하지
트위치에게 직접적으로 들어가는 수익은 전혀 없는 구조입니다.
이로 인해 한국 트위치 서비스 축소의 책임이 서드파티 도네이션을 사용하는 스트리머들에게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어 왔으나, 영상이나 미션 도네이션 등 부가 기능 면에서도 비트보다 앞서가는 서드파티를
무작정 포기 혹은 금지하라고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죠.
앞서 인용했던 한국 트위치의 연 평균 매출 18억이 사실이라면
서드파티 도네이션에 편중되어 있는 트위치의 방송 환경 때문임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고,
제가 '과연 서드파티 도네이션의 영향이 없었나?' 라고 의문을 가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건 뇌피셜의 영역입니다만, 트위치 측에서 플랫폼 자신과 스트리머들의 책임을 부정하고자
망 사용료 이슈를 과도하게 주장하는 것일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3. 앞으로의 개인방송 플랫폼 경쟁은?
어찌되었든 한국 개인방송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던 트위치가 철수를 선언한 시점에서
기존 트위치의 스트리머 및 시청자들은 플랫폼 이동이 불가피해졌습니다.
현재로서는 국내 최대 개인방송 플랫폼인 아프리카TV, 해외 플랫폼인 유튜브와 KICK이 있고
네이버 또한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치지직(가칭)을 런칭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네이버가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을 준비한다는 기사가 처음 나왔을 때에는
'굳이 네이버가 레드오션 시장에 뛰어들 필요성이 있는가' 라는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으나,
트위치의 한국 시장 철수가 공식 발표되자 사전에 정보를 알고 준비했다는 것이 기정사실화되었습니다.
아직 루머 단계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루머에서 언급되는 4K 스트리밍이나 TV 방송 클립 함께보기(코스트리밍)/도네이션,
네이버 카페/네이버페이 등 기존 네이버 서비스와의 연계가 가능하다면 타 플랫폼에는 없는 메리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국내 대기업인 네이버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방송 규제가 가장 강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개인방송 플랫폼의 1인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아프리카TV는
국내 서비스이기 때문에 스트리머(아프리카TV의 BJ)들의 불편사항을 가장 빠르게 해결해줄 수 있고
현재 트위치 스트리머들의 상당수가 아프리카TV에서 방송을 해봤기 때문에
플랫폼 이동 시 새 플랫폼 적응을 빠르게 할 수 있는 선택지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반면 폭력적, 선정적 방송을 비롯한 BJ들의 논란으로 인해 플랫폼의 대외적 이미지가 좋지 않고
별풍선 환전 수수료가 최대 40%(베스트BJ 30%, 파트너BJ 20%)로 높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유튜브 생방송은 세계 최대 글로벌 영상 플랫폼 유튜브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많은 해외 유저 유입을 기대할 수 있고
거의 모든 뉴미디어 크리에이터들이 유튜브 영상 제작은 기본적으로 진행 중인만큼
유튜브 생방송과 채널 내 영상의 연계된 성장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튜브 생방송은 이전부터 채팅 관리가 어렵다는 문제점을 스트리머들이 호소해 왔고
한국 유튜브 서비스는 유튜브의 자체 서버가 없고 통신사들의 캐시 서버를 통해 제공되는 구조이기 때문인지
최근 들어 유튜브 라이브 중 버퍼링(멈춤 및 지연) 현상이 자주 발생하고 있어 스트리머와 시청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데
트위치 스트리머들의 이동 시 늘어난 트래픽을 감당해낼 수 있을 지 미지수입니다.
KICK은 지난해 10월 설립된 신생 플랫폼으로,
트위치의 도박 방송 규제와 구독 수수료 인상 등에 반발하여 새롭게 만들어진 플랫폼입니다.
트위치와 유사한 UI와 5%로 파격적으로 낮은 구독 수수료 정책이 장점입니다.
하지만 플랫폼의 태생이 태생인만큼 도박 방송이 많고, 노출 등에 대한 규제도 덜한 등
타 플랫폼에서 불가능한 방송들이 가능한 음지 플랫폼의 이미지가 있어서
스트리머들이 KICK으로 플랫폼을 이전하기에는 고민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트위치의 한국 서비스 철수 선언과 네이버의 개인방송 플랫폼 진출로
2024년은 국내 개인방송 시장 대격변의 해가 될 것 같습니다.
내년 네이버 치지직의 오픈 이후 개인방송 플랫폼의 경쟁 구도가 어떻게 바뀔지 궁금합니다.
이상 포스팅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