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리뷰/음악

르세라핌 'Perfect Night' 의 음원차트 1위를 바라보며 : K-POP의 장르화, 언어의 장벽은 갈수록 낮아진다

안데스(AnDes) 2023. 11. 2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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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안데스입니다.

2023년에도 다양한 K-POP 곡들이 국내외적으로 인기를 얻었고

빌보드 뮤직 어워즈가 K-POP 부문을 신설하는 등 장르적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음을 체감한 한 해였습니다.

 

오늘은 음악 시장의 변화에 대해 제 나름대로 분석해본 글로,

이 글을 써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제목에도 적혀 있지만

 

 

르세라핌이 게임 '오버워치 2' 와 콜라보해서 발매한 영어 싱글 'Perfect Night' 이

국내 주요 음원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일입니다.

발매 첫 날에는 100위권 밖으로 진입했으나, 블리자드 사의 게임쇼 '블리즈컨' 을 통해 홍보되고

폐막식에서 이 곡을 공연한 이후 점차 순위가 상승하여 지난 주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에서 한국 가수의 영어 곡이 멜론 일간차트 1위에 오른 것은

방탄소년단(BTS)의 'Dynamite' 와 'Butter' 이후 3번째의 일이라고 하는데요,

앞선 BTS의 2곡이 미국 빌보드 Hot 100 차트에서도 1위를 차지한 것과 달리

Perfect Night은 영어 가사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먼저 1위에 오른 이례적인 경우입니다.

 

'어떻게 한국에서 영어 가사의 K-POP이 음원차트를 정복할 수 있었을까?'

에 대한 고민에서 나온 저의 생각은

 


 

1. K-POP 자체가 하나의 장르로 받아들여지기 시작

 

사실 한국 음원차트에 영어권 가수의 곡이 차트 1위를 차지한 케이스도 이전에 있었습니다.

한국 곡들을 제치고 2019년 연간차트 1위를 차지했던 앤 마리(Anne-Marie)의 '2002' 를 비롯해

저스틴 비버의 'Peaches', 키드 라로이(The KID LAROI)의 'STAY' 등이 일간차트 1위를 기록해봤는데요,

 

2002는 곡의 배경이 제목과 같은 2002년인만큼 K-POP 팬덤의 주 연령대보다는 청취자 연령대가 높은 편이었고

Peaches와 STAY는 빌보드 차트에서도 1위에 올랐기 때문에 역시 Perfect Night의 사례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Perfect Night의 성공은, 한국에서도 K-POP 자체가 하나의 장르로 받아들여지고 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나라 가수의 곡이냐에 관계없이 락, 힙합, R&B 등의 장르 자체를 좋아하는 것처럼,

K-POP이라는 장르의 음악을 들을 때 가사와 관계없이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죠.

Perfect Night에 앞서 발매된 정국의 'Seven' 과 제니의 'You & Me' 도 현재까지 음원차트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구요.

 

 

NiziU(니쥬)

 

이러한 K-POP의 장르화는 국내 기획사들이 해외 현지화로 K-POP 아이돌을 만들어내는 행보에서 특히 두드러집니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코로나19의 창궐로 한국 가수들의 해외 활동이 어려웠던 2020년

일본 현지에서 진행한 오디션 프로그램 '니지 프로젝트' 를 통해 걸그룹 NiziU(니쥬)를 데뷔시켰습니다.

오디션을 통한 데뷔 과정, 9인조 구성, 곡의 분위기 등 앞서 일본에서 성공한 트와이스의 과정을 충실히 따라갔고

그 결과 프리 데뷔곡이 유튜브 조회수 3억 회를 돌파하는 대성공을 거뒀죠.

뒤이어 미국에서도 현지 레이블과의 합작으로 오디션을 개최하여 데뷔조를 선발하고

VCHA(비춰) 라는 이름으로 본격 데뷔를 앞두고 있습니다.

 

엠넷을 통해 프로듀스-플래닛 시리즈를 진행 중인 CJ도

일본 요시모토 흥업과의 합작으로 프로듀스 101 JAPAN을 시즌2까지 진행하여 보이그룹 2팀이 데뷔했고

걸그룹을 데뷔시키는 시즌3가 현재 진행 중이며,

SM엔터테인먼트가 데뷔시킬 NCT 차기 서브그룹은

일본인 멤버가 다수 포함된만큼, 일본 시장에서 메인으로 활동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2. 글로벌-온라인 플랫폼의 성장, 점차 외국어에 익숙해지다

 

지금과 같은 배송 인프라나 인터넷이 없던 1990년대 이전에 외국의 음악을 들으려면

수입사 또는 개인 업자들이 해외에서 수입해온 레코드, 카세트 테이프, CD 등의 음반을 구매하거나,

TV나 라디오 등 대중매체에서 소개해주는 음악을 듣고 녹화/녹음해야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2023년 지금은 음원 유통사와 스트리밍 플랫폼 간의 계약만 되어 있다면

클릭 몇 번으로 전 세계의 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다.

동영상 플랫폼 역시 다양한 국가에서 하루에 수억개씩의 콘텐츠가 업로드되고 있죠.

 

이러한 플랫폼의 발전으로 전 세계의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다보니

외국어를 전부 알아듣지는 못하더라도, 들으면서 익숙해지는 경향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2023년은 멜론 일간차트에서 일본 곡이 최초로 100위 이내에 진입한 해이기도 한데요,

imase의 'NIGHT DANCER', 아이묭의 '愛を伝えたいだとか(사랑을 전하고 싶다던가)' 가 100위 안에 진입했고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 과 '최애의 아이' 의 OST도 100위권에 근접한 성적을 냈습니다.

이 역시 일본의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서브컬처 문화가 점차 국내에서 영향력을 키워가면서 가능했던 일이라 생각합니다.

 


 

3. 숏폼의 시대, 가사가 주는 메시지보다는 음악 자체에 집중

 

이전에 포스팅했던 영파씨 앨범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최근 음악시장의 트렌드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숏폼 플랫폼(틱톡, 쇼츠, 릴스 등)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숏폼이 홍보에 큰 도움이 됨은 물론, 음악을 듣는 패턴까지 크게 바꿔놨으니까요.

 

숏폼 영상은 대개 20~30초, 길어도 1분을 넘지 않기 때문에 곡 전체를 담을 수가 없습니다.

이에 따라 곡에 담긴 가사의 기승전결보다는 영상의 시각적 + 음악의 청각적 즐거움에 집중하게 되었고,

안무 챌린지 영상의 유행을 필두로 이른바 킬링 파트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전반적인 곡의 길이는 짧아지는 양상을 띄고 있습니다.

2000년대 후반 ~ 2010년대 유행한 이른바 '후크송' 이 시대에 맞춰 새롭게 태어난 느낌이랄까요.

 

즉 숏폼 콘텐츠에서는 곡에서 가사가 주는 중요성이 줄어들기 때문에

가사가 콘텐츠를 보는 사람의 주 언어가 아니더라도 크게 상관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4. 이지 리스닝의 유행

 

바로 위에서 현재의 음악이 10여년 전 후크송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그 당시와 현재의 차이점은 곡의 길이가 짧아진 것과 더불어

강렬한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곡이 대부분이던 과거와 달리 부드럽고 편안한 사운드의 곡도 인기를 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곡들을 '이지 리스닝' 이라 부르고, 한국에서는 FIFTY FIFTY가 'Cupid' 로 성공을 거두며 많이 알려졌습니다.

 

 

Cupid는 대형 기획사 소속이 아닌 신인 아이돌의 곡이 데뷔 1년도 되지 않아 Hot 100에 진입하는 성과를 만들었는데,

해외에서 숏폼을 통해 입소문을 타고 메인 차트에까지 진입하면서 한국에서도 Cupid의 글로벌한 성공을 조명했습니다.

(이후 과정은 좋지 못했지만)

 

Perfect Night 역시 이지 리스닝 스타일의 곡으로 킬링 파트를 강조하기보다는 잔잔하고 편안한 분위기로 곡이 진행되는데,

그냥 들으면 심심할 수도 있지만 다른 일을 하면서 틀어놓거나

길에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을 때 BGM 느낌으로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등 소형 전자기기를 통한 멀티태스킹이 익숙해진 시대라 더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마치며

 

이번 포스팅에서는 Perfect Night의 성공을

K-POP의 장르화, 글로벌화, 숏폼, 이지 리스닝이라는 4가지 키워드로 분석해봤습니다.

 

봉준호 감독님이 영화 기생충으로 골든 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을 때

'자막이라는 1인치의 장벽을 뛰어넘으면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 는 수상소감으로 화제가 됐었는데요,

해외에서 한국어 곡이, 한국에서 영어 곡이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을 보며

음악은 이제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한국의 콘텐츠들이

언어에 관계없이 세계적으로 성공하기를 응원하면서 포스팅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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